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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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문학지형

김환기

1.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형성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의 역사는 한국의 굴절된 근현대사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국제적으로 제국주의와 서세동점(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행했던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해방 조국, 한국전쟁, 근대 산업화, 민주화 운동, 글로벌 시대까지,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한국의 근현대 정치 이데올로기적 변곡점과 함께했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생존을 위해 국경(압록강, 두만강, 현해탄)을 넘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해외 거주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유동적 삶을 점철해야 했다. 디아스포라의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구심력(고향 회귀, 조국과 민족, 역사와 민속, 모국어 등)과 원심력(거주국, 현지어, 귀화 등)으로 변주되는 지점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시공간은 구한말부터 격동기 근현대사의 변곡점과 불가분의 관계성을 형성하고, 지역적(국가)으로 구소련권, 중국, 일본, 북미 지역(캐나다, 미국), 독일, 호주, 남미 지역(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까지 전 세계를 아우른다. 그리고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세계관은 경계적, 다면적, 중층적, 혼종적, 월경적 경향이 짙을 수밖에 없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이렇게 구한말부터 자의적, 타의적으로 해외로 이주(이동)했던 코리안들의 역사, 사회, 문화를 비롯해,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변주되는 다양한 시공간의 삶을 천착한 서사물이다. 디아스포라 문학을 “조국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자국 아닌 이국에서 정착하며 살아남기까지 감내해야만 했던 각고의 역사적 체험, 위치성, 타자와의 타협과 비타협, 조화와 부조화의 관계를 문학적으로 성찰”1)한 것이라 할 때,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주제는 “이방인으로서 삶, 타자와의 투쟁, 핍박의 역사로 상징되는 ‘한’의 정서와 자기(민족) 정체성 문제”2)가 표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양상은 지역별(대륙, 국가, 이데올로기)로 대별되고 정치·사회·문화적 공통 지점이 많음에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대단히 이질적이다. 또한 디아스포라 문학은 경계 의식과 트랜스네이션, 다중심주의와 글로컬리즘, 혼종적 월경주의가 일상화된 세계관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2.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 지형도

   실제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지역별(국가, 대륙)로 이주/이동의 역사가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도식화할 수 없는 내재적 가치들(언어, 이데올로기, 정서)이 존재한다. 코리안 이민 사회의 형성과 전개가 그렇듯이, 결국은 그들의 문학도 구심력과 원심력으로 변주되는 과정” 3) 을 보여 준다. 범박하게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 지형을 지역별(대륙, 국가)로 구분해 대표적인 문예 잡지, 활동 작가, 주제 의식, 한국과 해외 거주국의 역사적, 정치 이데올로기적 주요 변곡점을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문예 잡지/매체/작품 활동 작가 작품의 주제 의식 정치 역사의 변곡점
구소련 『붉은기』, 《선봉》, 《레닌기치》, 《고려일보》 등 조명희, 강태수, 김세일, 태장춘, 한진, 김준, 리진, 연성용, 아나톨리 김, 강알렉산드르 등 개척과 정착(연해주), 민족정신/항일 민족 운동, 1937년 강제 이주, 사할린의 고려인, 스탈린 체제 이데올로기 찬양/추동, 농촌 콜호스(영웅) 항일 민족 운동, 스탈린 시대, 강제 이주(1937), 한러 수교(1990), 소련 해체(1991)
중국 《북향》, 《카톨릭 소년》, 《연변문예》, 《문학과 예술》, 《송화강》, 《장백산》, 《연변일보》, 《료녕조선문보》, 《흑룡강신문》 등 강경애, 안수길, 김창걸, 현경준, 김학철, 이근전, 리욱, 이원길, 임원춘, 최건, 김인순, 허련순, 금희 등 간도/만주 지역 정착, 민족정신/항일 민족 운동, 해방 투쟁/한국전쟁 참가(영웅성), 공산 사회주의 찬양/추동, 이촌향도/글로벌 시대의 이주(한국) 항일 민족 운동, 해방 조국/한국전쟁(1950), 모택동 시대, 중국 건국(1949), 반우파 투쟁/문화대혁명(1957-67), 개혁개방/한중 수교(1992)
일본 《민주조선》, 《진달래》, 《한양》, 《삼천리》, 《민도》, 《청구》, 《호르몬 문화》, 《항로》 등 장혁주, 김사량, 김달수, 김석범, 이회성, 이양지, 김학영, 양석일, 현월, 가네시로 가즈키, 최실 등 고향 회귀(북송 운동), 민족 차별과 이방인 의식, 민단과 조총련, 경계 의식(모어/모국어), 제주 4·3 사건과 밀항, 민족 화해/남북통일, 탈민족적 세계관 일제강점기, 조국 해방(1945), 한국전쟁(1950), 한일협정(1965), 7·4 남북공동성명(1972), 서울 올림픽(1988)
미국 《지평선》, 《신대륙》 《미주문학》, 《뉴욕문학》, 《워싱턴 문학》, 《시카고 문학》, 《달라스문학》, 《미주아동문학》 등 강용흘, 김은국, 김용익, 최연홍, 이계향, 김정기, 이창래, 노라 옥자 켈러, 차학경, 피터현, 수잔 최, 한영국, 이숙종, 이민진 등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항일 독립 운동, 고향(조국) 회귀, 전쟁고아 입양/국제 결혼, 소수 민족/이방인 의식, LA 폭동(소수 민족 차별), 교회 문화(모순/부조리), 보편성과 열린 세계관, 인간성 상실과 실존 하와이 노동자(1902), 한국전쟁(전쟁고아/국제 결혼), 유학생, IMF 사태(1997), LA 폭동(1992)
멕시코 《깍뚜스》 이채원, 김범준, 김원배, 박통준, 임종완, 국채중 등 잉카문명, 가족애, 에니켄, 이방인의식, 열린 세계관 에니켄 노동자(1905), 쿠바이주(1921), 태권도, 유학생, 글로벌 이주(이동)
남미 《열대문화》(브), 《무궁화》(브), 《로스안데스문학》(아), 《파랑새》(파), 《한사랑》(페) 등 안경자, 정수잔나, 황운헌, 연봉원, 임윤정, 김한나, 조미희, 맹하린, 닉 페어웰 등 고향(조국) 회귀, 개척/도전 정신, 이문화와의 갈등/충돌, 의류 사업/골프 문화, 대자연(원주민/안데스), 아메리칸드림/자녀 교육, 세대 간의 갈등/대립 반공 포로(1953), 농업 이민(1963), 의류 산업
독일 《독일한인문학》, 《유럽한인문학》 이미륵, 쾌펠연숙, 김순실, 유한나, 최숙녀, 이종진, 황성봉, 정현숙 등 3·1 운동, 근대 산업화, 광원/간호사(노동, 결혼), 근면 성실/학구열/조국애 근대 산업화(파독 광원/간호사, 1963), 미주 대륙으로 재이주
캐나다 《캐나다문학》, 《바다건너 글동네》, 《맑은 물 문학》, 《얼음꽃 문학》, 《밀밭》 등 이석현, 강기영, 백복현, 여동원, 김채형, 민혜기, 박성민 등 고향(조국) 회귀, 이민자의 정착, 이방인 의식, 대자연, 보편적 가치관/열린 세계관, 교회 문화/인간 실존 독일/남미에서 재이주, 전문기술자 이민, IMF 사태(1997), 유학생
호주 《호주한국문학》, 《시드니 수필》, 《시드니 문학》, 《호주한인문학》, 《문학과 시드니》 돈오 김, 이효정, 김마리아, 이기순, 윤필립, 손성훈, 최창영, 장석재, 권영규 등 베트남전쟁, 고향 의식, 서정성, 교육, 이방인 의식 한국전쟁(1950), 베트남전쟁, 투자 이민, 유학생

   표에서처럼4),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문학 지형은 한국의 굴절된 근현대사적 변곡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해외로 이주(이동)해 정착한 거주국의 정치 역사 및 이데올로기와 깊이 얽혀 있다. 바꿔 말하면 한국 근현대사의 정치·역사적 변곡점은 디아스포라의 구심력으로, 거주국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연동된 관계성은 원심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세밀히 들여다보면 20세기 국내외적인 정치·역사, 사회·문화, 이데올로기적 변곡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문학의 주제 의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근현대사와 연동된 구심력으로 표상되는 경우 구한말의 폭정, 가문, 기근과 맞물려 생존을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야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토지 수탈과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간도, 연해주, 일본, 미국 등지로 이주(이동)해야 했던 간고한 ‘부’의 역사적 지점이 있다. 그리고 해방 조국의 좌우익과 남북한의 정치 이데올로기적 혼란, 특히 ‘제주 4·3 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했던 비극적 상황, 한국전쟁기 반공포로의 제3국행과 전쟁고아의 해외 입양, 미군의 한국 주둔과 국제결혼에 따른 여성들의 이주(이동)가 주제화된다. 4·19 민주화 운동과 5·16 군사 정변을 비롯해 조국의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추진된 남미 지역(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의 농업 이민, 파독 광부/간호사, 유학생들의 해외 이주, 베트남전쟁과 민주화 운동, IMF 사태와 해외 이주, 최근 글로벌 시대의 자유로운 해외행에 얽힌 주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해외 거주국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연동된 원심력의 경우, 20세기 제국과 국가 중심의 정치 이데올로기적 상황과 깊게 맞물린다. 특히 공산권 체제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 구도의 중심에 코리안들이 있었고,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지역(국가)과 거주국의 정치 이데올로기적 변곡점과 운명적으로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공산권(구소련권, 중국)의 경우는 20세기의 철권 통치의 상징이었던 스탈린(Joseph Stalin) 시대(1937년 강제 이주, 사할린의 고려인, 스탈린 체제 이데올로기 찬양과 추동, 농촌 콜호스와 노동 영웅 등)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해방 투쟁과 전쟁 영웅, 공산 체제의 찬양가 추동 등)가 서사화된다. 특히 구소련권에서는 한글 신문 《선봉》, 《레닌기치》, 《고려일보》가 작품 활동의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조명희 『짓밟힌 고려』, 강태수 『아르한겔스크 수용소에서』, 김세일 『홍범도』, 김준 『십오만원사건』, 김기철 『금각만』, 『이주 초해』, 연성용 『영초치마』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일제강점기 《북향》, 《카톨릭 소년》, 해방 이후의 《연변문예》, 《문학과 예술》, 《송화강》, 《장백산》 등이 작품 활동의 공간이었다. 대표작으로 김학철의 『격정시대』, 『해란강아 말하라』, 이근전 『고난의 년대』, 윤일산 『포효하는 목단강』, 장지민 『시카고 복만이』, 임원춘 『몽당치마』, 허련순 『바람꽃』, 금희 『세상에 없는 나의 집』 등이 있다.5)
   그리고 자유 민주권(미국, 캐나다, 호주)의 경우는 원심력으로 표상되는 문학적 주제가 공산권(구소련, 중국)과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자유 민주권의 코리안 이민 역사가 비교적 해방 이후, 냉전/탈냉전 시대의 자발적 형태(전쟁고아, 유학생, 투자 이민 등)로 진행되었기에 거주국의 정치적 상황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이민자로서의 현실적인 삶과 자의식과 같이 현실주의에 입각한 경제, 교육, 종교, 사업, 가족, 차별, 실존, 자아 등과 맞물린 실질적 지점들이 주제화된다. 캐나다의 경우 문예 잡지 《캐나다문학》, 《맑은 물 문학》, 《얼음꽃 문학》, 《밀밭》 등이 있고, 미국에는 문예잡지 《지평선》, 《신대륙》, 《미주문학》, 《뉴욕문학》, 《워싱턴 문학》, 《미주아동문학》 등이 있다. 대표작으로는 초창기 강용흘의 『초당』을 비롯해 김은국 『순교자』, 김용익 『꽃신』, 그리고 이창래 『네이티브 스피커』, 차학경 『딕테』, 노라 옥자 켈러 『종군위안부』, 피터 현 『만세』, 수잔 최 『외국인 학생』, 이민진 『파친코』, 강기영 『냔두띠』, 여동원 『이민낙서』 등이 있다.
   일본의 경우 과거 ‘부’의 역사적 지점을 의식하면서 서사 구도 자체가 역사성과 민족성,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있다. 특히 식민과 피식민, 지배와 피지배, 주류(중심)와 비주류(주변)로 변주되는 주제 의식이 중심을 이룬다. 문예 잡지로는 《민주조선》, 《진달래》, 《한양》, 《삼천리》, 《민도》, 《청구》, 《항로》 등이 있고, 대표작으로는 초창기 김사량 『빛 속으로』를 비롯해 김달수 『박달의 재판』, 김석범 『화산도』, 이회성 『다듬이질하는 여인』, 양석일 『피와 뼈』, 이양지 『유희』, 김학영 『얼어붙은 입』, 가네시로 가즈키 『GO』 등이 있다. 재일 코리안 문학은 일제강점이라는 ‘부’의 역사성과 해방 이후의 한국-일본-북한, 민단-조총련의 관계와 맞물려, 대단히 폭넓은 문학적 주제들(역사, 정치, 경제, 이념, 차별, 교육, 자아 등)이 나타난다.
   남미 지역(브라질, 아르헨티나)과 독일, 호주의 경우는 조국의 근대 산업화 과정과 맞물려 국가 간 ‘입구 전략’과 ‘출구 전략’에 따른 이주(이동)의 역사였다. 이에 따라 문학의 주제 자체가 경제적 관점과 교육, 문화, 혼종 등 글로벌 지구촌 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과 맞물리는 경향을 보인다. 남미 지역에는 작품 활동 공간으로 《무궁화》와 《열대문화》(브라질), 《로스안데스문학》(아르헨티나), 《한사랑》(페루), 《파랑새》(파라과이) 등이 있고, 《깍뚜스》(멕시코), 《재독한인문학》(독일), 《호주한국문학》(호주) 등이 있다. 이들 지역(남미와 독일)의 이민 사회가 근대 산업화와 맞물려 형성되었기 때문에 문학에서 농업 이민과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이주와 정착, 경계와 혼종, 민족애, 자녀 교육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주제화된다. 남미 지역(브라질, 아르헨티나) 한인 사회 특유의 경제적인 측면(의류 산업)과 맞물린 문화적 혼종, 역동성, 다중심, 글로컬 시좌도 구체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대표작으로 이미륵 『압록강은 흐른다』(독일), 명세봉 『내 사랑 파라과이』(파라과이), 닉 페어웰 『GO』(브라질), 돈오 김 『내 이름은 티안』(호주) 등이 있다.
   이처럼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제국과 국민국가, 냉전과 탈냉전 시대의 정치 이데올로기와 맞물린 시대상을 구심력과 원심력 차원에서 다양하게 얽어낸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의 혼란상(좌우익과 4·3 사건)과 남북 분단,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을 해외에 정착한 코리안들이 문학작품을 통해 기억/복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문학사적 의미가 적지 않다.

3. 문학적 주제로서 한국 근현대사의 변곡점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한반도 밖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을 주제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구한말 제국 일본에 나라를 잃고, 조국 바깥으로 내몰린 한국인들은 이국에서 정착해 간고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일본에 맞서 강하게 항일 민족 투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조국의 굴절된 근현대사의 변곡점, 즉 일제강점기를 비롯해 해방 직후의 좌우익과 남북한의 정치적 혼란, 제주 4·3 사건,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4·19 민주화 운동, 5·16 군사 정변, 5·18 민주화 운동, 근대 산업화, 베트남전쟁과 중동 근로자 파견, 파독 광부·간호사, 88서울올림픽, IMF 외환위기, 21세기 글로벌 시대까지 문학적으로 얽어냈다.
   우선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구한말 한국인의 유민화된 공간에서 척박한 삶과 제국 일본에 맞서 전개된 항일민족투쟁의 구현은 구소련권의 한글 문학을 비롯해 중국의 조선족 문학, 미국과 멕시코까지 다양한 지역(국가)에서 확인된다. 특히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해외 이주(이동)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과 중국 간도 지역의 한글 문학,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과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이주(이동)했던 한인 노동자들의 목소리, 초창기 미국에서 민족운동을 펼쳤던 한인들의 문학에서 국민적 저항과 항일민족투쟁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구소련권 문학에서 조명희 「짓밟힌 고려」, 김기철 「금각만」, 김세일 「홍범도」, 중국 조선족 문학에서 김학철 「해란강은 흐른다」, 「격정시대」, 리근전 「고난의 년대」 등은 일본제국에 맞서 항일민족투쟁을 전개했던 조선인들의 저항의식을 구체적으로 얽어낸 작품이다. 특히 노예처럼 팔려간 멕시코 ‘에네켄’ 농장의 조선인들은 간고한 삶을 이어가면서도 ‘국민회’를 통해 독립자금을 보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의 한글신문 《신한민보》에는 멕시코 한인들의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항일민족정신을 문학작품(가요, 시조, 산문)을 통해 강하게 보여 준다.

   사내 이등 오적 7적/ 국적의 괴수들/ 의증 보호 조약한 날/ 잊지 못할 이날!/ 경찰 사법 행정 사무/ 대리로 본다고/ 통감부를 설치한 날/ 잊지 못할 이날!/ (중략)/ 척식회사 수리조합/ 혹독한 흉계로/ 가옥전답 없어진 날/ 잊지 못할 이날!/ 화폐 개량 빙자하고/ 전국 13도에/ 금은 동철 강탈한 날/ 잊지 못할 이날!/ 전우 량사 통신 기관/ 임의로 강점한 후/ 내정 외교 끊어진 날/ 잊지 못할 이날!/ 모든 기관 다 잃고서 속수무책으로 나라까지 합병된 날/ 잊지 못할 이날!6)

   또 다른 특징은 해방정국의 ‘제주 4·3 사건’으로 표상되는 좌우익과 남북한의 격심한 정치 이데올로기적 혼란상의 주제화다. 해방정국의 혼란상은 재일 코리안 문학에서 강하게 나타나는데, 그 배경에는 일본이라는 시공간이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일제강점기의 협력/비협력, 좌우익과 남북한, 민단과 조총련으로 대립했던 시대적 혼란상과 직접 얽혀 있다는 이유도 있다. 해방 직후에 활동한 작가로는 김달수, 김태생, 김소운, 정승박, 김시종 등 대부분 재일 코리안 1세대였지만, 이 시기의 문학에서 주목할 것은 ‘제주 4·3 사건’을 중심으로 해방정국의 혼란상을 기억·복원했다는 점이다. 특히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는 ‘제주 4·3 사건’을 국가 경계를 넘어 육지, 바다, 섬으로 이어지는 육로와 바닷길을 아우르며, 복잡한 해방정국의 정치 이데올로기 시공간을 리얼하게 구현한다. 이는 한국의 현대문학계에서 ‘4·3’의 역사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던 시기에, 과거 식민 지배국인 ‘적국의 땅’에서 ‘적국의 언어’로 서사화했다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의 상흔의 주제화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전쟁은 한국의 근현대사 중에서도 가장 처참했던 민족적 비극으로 기록되었고, 그 상흔(트라우마)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50년대 발발한 한국전쟁과 관련된 역사, 정치 이데올로기적 지점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다양한 형태로 주제화된다. 중국의 조선족 문학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로 호명하며, 중국의 해방투쟁과 건국, 공산 체제의 찬양/추동과 연계하여 이데올로기적으로 그려낸다. 한국전쟁 당시의 반공포로들은 제3국인 남미 지역(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이주(이동)해 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민화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의 전쟁고아와 해외 입양 이야기, 한국전쟁을 계기로 해외 군인들과 국제결혼을 했던 여성들의 해외 이주(이동) 역사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 브라질 등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한국전쟁에 얽힌 개인과 집단의 상흔과 전쟁의 기억을 잔잔한 목소리로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필자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기억과 복원을 특별하게 받아들인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협상에서 끝까지 남북한을 택하지 않고 제3국(브라질, 아르헨티나)으로 이주(이동)한 반공포로는 총 62명이었다. 이들은 한국전쟁의 상흔(트라우마)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유폐된 삶을 살았다.7) 특별히 당시 반공포로로 제3국인 브라질로 이주(이동)했던 김창언 씨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경험을 들어보자.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이북 보위부부장 이학구 소장이 수용소 내 포로들을 지도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포로가 되어 들어왔다. 하루에도 잔혹한 학살로 죽어나가는 숫자가 엄청났다. 그는 66수용소에서 5천 명을 훈련시키며 기회를 보다가 포로의 대우, 학대 등을 폭로하고자 도트 수용소 소장을 생포하는 만행도 저질렀다.8)

   소련을 등에 업고 전면에 들어선 김일성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숙청의 칼을 종횡무진 휘둘러 대기에 바빴다. 반면 미국의 하수인 이승만은 자시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민족의 피를 빨아대기에 급급했으며 급기야는 미국의 앞잡이 노릇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중립론이란 이른바 골치 아픈 비판세력이자 타도 대상이었다. 백주대낮에 정치테러가 자행되고 진정한 민족주의의 뿌리들이 하나하나 뽑혀져 나갔다. 온 백성들의 피눈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그들의 권력욕을 위해 한반도를 하나하나 시해해 들어갔던 것이다.9)

   반공포로 문명철은 “7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택시 운전을 하는 친구도 있고, 작은 예수회에 기탁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남부 신학대학장을 하는 친구도 있으나 대체로 삶이 고달프고 어렵다. 공부를 많이 했던 명석한 두뇌의 엘리트로 소식이 끊긴 친구도 있고,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는 친구도 있고 미국으로 간 친구도 있다.”10)며 유역에서 기민화된 채로 사는 간고한 삶을 회고한다. 박명순은 「꼬라질레이로의 초상」에서 반공포로 김남수의 감옥 생활을 논픽션으로 얽어냈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김노인은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타가지고 저 멀리 마당 한구석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무 밑에 이르러서는 선 채로 꾸역꾸역 밥을 다 밀어넣고 나서야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담는” 반공포로의 “비극적인 전쟁의 상흔”11)을 현재진행형으로 들려준다.
   반공포로 김창언은 “현재의 브라질로 귀화하고 국적을 취득하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국민으로서의 권리(투표권)가 싫었다.” “지구 정반대의 브라질까지 와서 투표권에 담긴 정치 이데올로기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싫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한국전쟁에서 좌우와 남북한으로 휩쓸리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싫어 택한 제3국에서의 평화와 자유”12)를 잃고 싶지 않았던, 한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실존성을 피력한 것이다.
   그 밖에도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1965년 한일협정을 비롯해, 7·4 남북공동선언, 해외유학생, 4·19 민주화운동, 5·16 군사정변, 5·18 광주민주화운동, 서울올림픽, 해외 투자 이민, IMF 외환위기 등 한국 현대사의 정치·사회적 변곡점을 시공간적 특성(국가, 정치, 이념, 문화, 인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주제화했다. 특히 한국의 근대화(산업화)의 정책과 맞물린 남미 지역(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의 농업 이민과 파독 광부·간호사의 이야기가 상징적이다. 그리고 1960년대 군사 정권에 떠밀려 남미 지역으로 이주(이동)했던 한국인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해외로 내몰린 한국인들, 유학생의 해외 이주, 캐나다와 호주로의 투자 이민, 파독 광부·간호사의 재이주(캐나다, 미국 등), 파라과이 한인들의 재이주(북미 지역), 최근 구소련권 고려인과 중국 조선족의 한국행에 이르기까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시공간은 폭이 넓고 다채롭다는 특징이 있다. 말하자면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의 글로벌 시대까지 한국의 역사성과 민족성, 이데올로기로 표상되는 근현대사적 변곡점을 디아스포라의 시각에서 폭넓게 주제화한 것이다.

4.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정체성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우리에게 특별한 교훈과 더불어 과제를 던진다. 먼저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한국의 굴절된 근현대사의 표상으로 우리의 소중한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그리고 기존 한국 문학계에 팽배했던 순혈주의와 속문·속지주의의 한계를 넘어 한국(한국어) 문학의 저변 확대를 실천적으로 보여 준다. 예컨대 “서울의 문단(文壇)은 자칫 권력 안으로 수렴이 되어, 체제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의 밖인 주연에 있어서는, 오히려 그 권력이 거들떠보지조차 않는 자리에서, 보다 다양하고 보다 직접적인 생의 모습이 현재화한다”13)라고 했던 황운헌의 지적은 유효하다. 한국 문학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월경(越境)해 “중심의 동질적인 영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화(異化)된 갖가지 활성적인 요소”14)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해외 코리안 사회의 세대교체로 인해 역사성과 민족성을 표상하는 구심력보다, 거주국으로 이끌리는 원심력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인 이주 150년을 넘긴 구소련권 고려인 사회의 경우, 한 세기 넘게 이어져 왔던 한글 신문(《선봉》, 《레닌기치》, 《고려일보》)이 대부분 현지어로 발행되고 있고, 고려인 작가들은 한글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재일 코리안 작가들은 해방 직후부터 대부분 일본어로 창작 활동을 했고, 최근 미국의 한인 작가들도 영어로 작품을 써 현지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구소련권의 고려인 작가(아나톨리 김, 강 알렉산드르 등), 미국의 한인 작가(이창래, 이민진 등), 브라질의 한인 작가(닉 페어웰), 일본의 코리안 작가들(김중명, 최실 등)이 거주국의 언어로 창작 활동을 하지만 내용적으로 역사성과 민족성을 함의한 ‘한국적인 것’을 깊게 담아낸다는 점이다. 한국 문학계가 기존의 속문·속지주의를 넘어 해외 한인들의 현지어 문학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앞으로도 이렇게 현지어로 창작된(러시아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문학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경우가 한층 많아질 것이다.
   한편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한국 문학계에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연구를 이끌어 내는 것은 물론 한류와 대중문화 콘텐츠와 연계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 지형은 경계와 월경, 혼종과 역동성, 주류와 비주류, 디아스포라와 다중심주의를 토대로 서구 문학과 동양 문학, 공산과 자유 진영, 한국의 근현대 문학과 관계성, 현지의 거주국 문학과 관계성, 번역 문학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교 관점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최근의 한류 문화와 대중문화의 관점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이 연극·영화, 음악, 미술, 패션 디자인과 스포츠 문화 등과 컬래버레이션 형태로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열어 갈 수도 있다.15) 일종의 권력화된 서울 중심주의에서 탈피해 비활성화된 공간에서 역동성을 찾아가는 혼종적 다이너미즘(dynamism)이다. 이러한 유역화(유민화)된 시공간에서 활성화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열린 세계관은 현재 다민족, 다문화 사회로 이행 중인 한국 사회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이 될 것이다.

   

각주

1) 김환기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새미, 2006), 16쪽. 필자는 그동안 브라질, 아르헨티아, 파라과이, 페루, 멕시코, 미국, 캐나다, 독일, 구소련권,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 지형을 연구해 왔다. 관련 연구 논문으로 「재파라과이 한인회·한국학교의 문화 정체성―《파랑새》를 중심으로」(《한민족문화연구》, 2015); 「멕시코 코리안 이민사회의 형성과정 문학의 소리―《신한민보》/《깍뚜스》를 중심으로」(《한민족문화연구》, 2017); 「캐나다 코리안 이민사회의 형성과정 문학의식―문예잡지 《캐나다문학》의 소설을 중심으로」(《한국문학연구》, 2017); 「재독 코리안 이민문학의 형성과정과 문화정체성―파독 광원/간호사와 《재독한인문학》을 중심으로」(《동악어문학》, 2019); 「구소련권 고려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형성과 전개양상: 《선봉》/《레닌기치》/《고려일보》를 중심으로」(《동악어문학》, 2020); 「해방 이전 중국 조선족 문학의 전개양상과 주제의식」(《한국문학연구》, 2022); 「해방 이후 중국 조선족 문학의 형성과정과 전개양상」(《한민족문화연구》, 2022); 「재브라질 코리안 문학의 형성과 문학적 정체성」(《중남미연구》, 2011); 「재아르헨티나 코리안 문학의 형성과 전개양상」(《중남미연구》, 2012); 「재미 코리안 이민문학의 형성과정과 주제의식 고찰」(《겨레어문학》, 2018) 등이 있다.

2) 김환기, 같은 책, 2006, 16쪽.

3) 金煥基, 「コリアンディアスポラ文学の歴史的・文学史的意味―韓国語訳-『火山島』を中心に」, 《昭和文學硏究》 84, 2022, 241쪽.

4) 金煥基, 위의 논문, 2022, 242쪽.

5) 김환기, 「해방 이후 중국 조선족 문학의 형성과정과 전개양상」, 《한민족문화연구(79)》, 2022, 107쪽.

6) 이화용, 「국치가」, 《신한민보》, 1933. 9. 21. 『멕시코 한인 이민 100년사』, 970쪽 재인용.

7) 金煥基, 위의 논문, 2022, 247쪽.

8) 김창언 편, 「반공포로 50명은 이렇게 해서 브라질에 왔다」, 《재외동포신문》, 2004. 10. 23. http://www.dongpo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957

9) 주영복, 『76인의 포로들』(대광출판사, 1993), 30쪽.

10) 문명철 편, 「반공포로에서 목사로」, 2004. 9. 13.(목사님 댁에서―브라질 정하원 소장)

11) 박명순, 「꼬라질레이로의 초상(肖像)」, 『제2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집―재외동포문학의 창』, 2000, 303쪽.

12) 金煥基, 위의 논문, 2022, 248쪽.

13) 황운헌, 「遍歷과 回歸」, 『熱帶文化』 7, 熱帶文化同人会, 1990, 56쪽.

14) 황운헌, 위의 논문, 55쪽.

15) 金煥基, 위의 논문, 2022, 255쪽.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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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동국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과대학장과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디아스포라 웹진 편집기획위원회에서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편집을 주간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다이쇼 대학 대학원 석·박사를 졸업했다. 대표 저서로는 『시가 나오야』, 『재일 디아스포라 문학』, 『브라질 코리언 문학 선집』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암야행로』, 『일본 메이지 문학사』, 『화산도』 등이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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