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9호
한국에서의 나의 이민 생활 시작
미쓰라 아슈토쉬
2012년 7월 11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죠. 저는 한국 정부의 KGSP(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 장학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학부생 자격으로 한국에 초대받았습니다. 이 소식을 2012년 1월 6일, 세명대학교의 국제교류과에서 근무하셨던 유진 씨한테서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죠. 인도 비하르주의 작은 마을에서 델리로 가서 델리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후, 바로 한국으로 갈 기회를 얻는다는 건 꿈만 같았습니다.
한국어와의 인연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형의 영향을 받아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상업을 전공했고, 델리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꿈은 델리대학교의 Delhi School of Economics (DSE)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리가 부족해서 실망스러웠죠. 경력이 성공적이지 못하고 거의 3년 동안 회계사로 저임금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형이 한국어를 배울 것을 제안했고, 저는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2011년 델리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고 한국어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저는 반에서 1등을 차지했고, 그 덕분에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장학금 소식을 듣고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2012년 7월 10일, 저는 한국의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도 밖으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죠. 그때까지 저는 형을 배웅할 때만 공항에 가봤습니다. 저와 함께 세 명의 친구들도 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후, 저는 언어와 음식 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였기 때문에 음식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10일 동안 과일만 먹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었죠. 언어 장벽 때문에 사람들에게 제대로 길을 물어보지 못해서 혼란스러웠지만, 스스로 잘 대처하여 다시 만날 장소로 향하는 길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에서의 문화와 환대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의 한 가정에서 머물면서 그들은 제 채식주의 식단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환대는 제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저는 인도에서 가져온 과자와 라면을 그들에게 선물로 드렸는데, 그분들이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특별했던 경험 중 하나는 찜질방 체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점차 그 경험에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한 교수님 가정에서 이틀 동안 지내고 있었는데, 둘째 날 교수님께서 “한국 문화를 체험해 보자”라며 저를 그 가족의 아들과 함께 밖으로 데리고 나가셨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해 우리는 찜질방에 도착했고, 교수님의 아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옷을 벗은 채 목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에게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전까지 한번도 이런 문화를 접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낯설고 어색했죠. 그래서 저는 친구에게 “나는 그냥 씻지 않을게”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선 다들 이렇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해보는 게 어때?”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저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니까 시도해 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힌디어 속담에 “이 탕 안에서는 모두가 벌거벗었다”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의 의미는 ‘모두가 같은 처지에 있으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 속담을 떠올리며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10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국의 전통 마을, 드라마 제작 센터, 그리고 많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방문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죠. 한국에 가기 전, 저는 현대적인 매력을 기대했지만, 한국에 도착한 후 문화유산과 다양한 전통 행사들이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보고 감탄했습니다. 한국이 그토록 유구한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깨달음의 땅인 보드가야 출신으로, 종종 그곳 사원을 방문하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불국사를 방문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얼마나 널리 영향을 미쳤는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한국에서 10일간의 경험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온 후, 저의 사고방식은 큰 변화를 맞이했고, 이를 통해 제 가치관 또한 크게 변화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면서, 저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신한은행 장학금, LG 장학금, KGSP 10일 교환 프로그램 장학금, 전국 한국어 말하기 대회 고급 부문 수상 장학금 등이 그 예입니다. 또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 장학금을 받아 약 1년 동안 한국어 연수를 마친 후 자르칸드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의를 맡아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후에는 KGSP 박사 과정 장학금을 받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박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장학금으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왔을 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박사 과정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아서 그 여행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KGSP 장학금으로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오게 되었고 그때의 경험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어려웠고, 특히 한국 음식에 적응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지만, 점차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는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제 인생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매우 소중하며, 저는 한국어 분야에서 많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어 공부는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고, 이 여정은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델리대학교의 교수님들, 특히 김동영 교수님과 고명철 교수님의 기여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이 두 분의 사랑과 지원 덕분에 제가 지금 서 있는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김도영 교수님은 저에게 한국어 교육의 기초를 닦아주셨고, 그의 강의는 항상 깊이 있는 통찰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나의 관심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교수님인 김중섭 교수님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중섭 교수님은 제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으로, 그동안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고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시는 분입니다. 그는 제 연구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조언을 해주셨고, 한국어 교육 분야에서 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진심 어린 격려와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그분들의 은혜는 언제나 저의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특히 고명철 교수님과의 특별한 경험도 있습니다. 한 번은 그분과 함께 인도 라자스탄의 자이살메르 사막을 여행하던 중에, 고명철 교수님은 사막의 모래를 손에 쥐고 “인생도 이렇게 빠르게 손에서 미끄러진다. 시간을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저에게 인생에서의 소중한 교훈이 되었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명철 교수님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저에게 단순한 여행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문화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교수님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수님의 관점과 철학이 저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식사 중에 교수님은 “음식은 단순한 영양소가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제게 음식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음식이 갖는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제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교수님들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제가 오늘날까지 올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은 저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가치들을 가르쳐주었고, 앞으로의 삶에도 큰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열정을 가진 인도인. 2011년 델리대학교 입학, 2012년 KGSP(Korean Government Scholarship Program)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잊을 수 없는 10일을 보냈고 이후 석사 과정으로 한국문학을 전공했다. 델리대학교에서 약 1년 동안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다 2017-2018년 자르칸드 중앙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교수했다. 2018년 한국어로 돌아와 경희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는 중이다. 여정을 이제 막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