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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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미주한국문인협회 소개

김준철

   안녕하십니까?
   미국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시를 쓰고 있는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김준철입니다.
   오래전, 공중전화를 사용하고 집에서 전화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핸드폰이 있고 그것으로 사진을 찍고 이메일을 보내고 영상통화를 합니다. 만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물리적 거리까지도 가까워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것이 빨라지고 가까워지면서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떠나 한국어로 문학을 하는 저희 같은 사람들도 어쩌면 그런 문화적 수혜자가 아닐까 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해외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을 세계인과 공유하고자 준비하는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 창간호에 저희 미주한국문인협회를 소개하고 인사드릴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 저희 협회가 40주년을 맞는 해여서 그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 1984년 봄, 미주한국문인협회 임원들이 샌프란시스코 문인들의(최태응 신예선 등) 초청으로 북가주문학의 밤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였다. 당시 참석한 임원들의 모습으로 뒷줄 시계방향으로 고원 시인, 황영애 아동문학가, 송상옥 소설가, 문인귀 시인, 위진록 방송인 수필가이며 앉은 이들의 우로부터 송모 중앙일보기자, 한명 건너뛰어 김병현 시인, 김호길 시조시인이다. [ⓒ문인귀 시인]


   20여 년 전, 제가 처음 미국에 와서 놀랐던 건 이곳에도 한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등단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타국에서 한국문학을 하는 분들에 대한 궁금증이나 인식 없이 살았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무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요즘도 종종 미주에서 만나는 분 중에는 한인 작가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가 이를 알고 놀라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40여 년 전 미주에서 문학에 목말라 있던 분들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협회를 소개하기 전에 그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미주문학》 2019년 여름호에 실린 문인귀 시인의 특별 대담에 실린 답변의 일부를 옮기면서 해보겠습니다. 문 시인은 미주문협 초창기 멤버 중 한 분이시고 12대와 19대 회장을 역임하신 고문이자 원로이신 분이십니다.

   “미주문협 창립 해인 1982년 이전 몇몇 문인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늦은 오후가 되면 김병현 시인의 자동차 수리 공장으로 하나둘 모여듭니다. 철문을 내리고 기름에 전 손을 박박 문질러 씻고 철문이 내리는 소리를 냅니다. 일행은 6가에 있는 ’동네파전‘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맥주와 파전이 나옵니다. 소주요? 어림없는 향수의 눈물방울일 뿐 그런 풍요는 누릴 수 없었습니다. 소주는 그로부터 15년 정도 느리게 당도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늘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문학 이야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무도 문학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어제 했던 무용담, 그 똑같은 이야기만 가지고도 침을 튀기는 웃음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1982년 초에 서울에서 송상옥 작가(조선일보 기자)가 가족과 함께 LA에 등장합니다. 송상옥 작가는 한국을 떠나오기 전 원로 여류 작가인 최정희 선생을 찾아가 하직 인사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최정희 선생님이 미국에 있는 며느리의 동생인 김병현 시인을 소개합니다. 그 소개장을 들고 온 송상옥 작가를 만난 일단은 송상옥이라는 지명도를 앞세워 협회를 만들게 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한 ‘집’이라는 의미이죠. 그렇게 하고 또 하던 말들이 집을 짓고 나자 모두 시가 되는 요술을 부립니다. 문학이란 그런 것인가 봅니다.”

   그런 요술 같지 않은 일상을 요술이라 받아들이며 몇몇 미주 문인들이 술자리에서 서로 외로움을 달래고 의지하고 격려하며 자신들의 길을 걷기 위해 작은 단체를 만든 것입니다. 그게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느새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무던한 걸음으로 지금도 걷고 있는 것입니다. 그 출발선에 계시던 분 중에는 애석하게도 유명을 달리한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는 또 다른 분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제 미주협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소개

   미주한국문인협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주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는 한국문학인들의 뜻을 모아 1982년 창립되었습니다. 창립 취지는 미주에 거주하는 문인들이 올바른 문학 의식을 가지고 한국문학으로 한국문화를 계승하는 한편 동포 사회에 필요한 정신적 풍요로움을 문학을 통해 공급하려는 것입니다. 협회 본부를 로스앤젤레스에 두게 되어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했으며 450여 명의 등단한 등록 회원이 활동하는 미주에서 가장 권위 있고 전통 있는 문학 단체입니다.
   본 협회는 시, 소설, 수필, 시조, 아동문학, 평론 등 문학 장르 전반에 걸쳐 그 활동 무대를 아우르고 후원하는 미주 내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종합 단체입니다. 실질적으로 창립 취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기회원(등단 문인과 이에 준한 자격이 있는 자) 중 이사를 선출하고 구성한 이사회를 통해 각종 의결 사항을 다루며 협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한편, 선출된 대표 그룹의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 계획과 이에 따른 재정을 검토, 승인하는 민주적 제도를 바탕으로 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미주한국문인협회 40주년을 기념하여 문학축제가 개최되었다. 강사로 도종환 시인, 배창호 감독, 방민호 평론가, 손정순 시인이 한국에서 초청되었다. [ⓒ필자 제공]
▲ 미주한국문인협회 40주년을 기념하여 문학축제가 개최되었다. 강사로 도종환 시인, 배창호 감독, 방민호 평론가, 손정순 시인이 한국에서 초청되었다. [ⓒ필자 제공]

미주문협의 활동상황

   《미주문학》은 미주한국문인협회가 발행하는 계간지입니다. 2002년에 연간지를 계간지로 전환하여 꾸준히 발행했고 올가을 드디어 100호를 맞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학 장르에 걸쳐 평균 300페이지에 달하는 문학지를 출간하며 전 미주는 물론 한국에도 배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주문학》을 통해 분기별로 우수한 신인을 뽑아 ‘미주문학 신인상’ 시상을 하고 참신한 문인 배출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 가을호에서는 미국 내에서 영어로 써서 투고한 한인 2세의 작품을 신인상에 포함하여 한국문학의 범위를 더욱 적극적으로 넓히고 2세, 3세들의 미 주류 문단 진입을 지원하고 1세대 작가들과의 다리 역할도 도모하고 있습니다.
   《미주문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지면 할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국의 작가들을 만나보면 그들 역시 지면의 목마름과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멀리 타국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면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이에 미주 한인 작가들에게 작품 쓰기를 독려하고 발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우 큰 의미라고 봅니다.
   아울러 한영 분과와 여러 회원이 영어 작품을 번역하여 올리거나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여 발표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매우 유익하고 필요한 작업이 《미주문학》이 거듭될수록 더욱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으리라 믿습니다. 이러한 저희 문학지는 한국 국회도서관은 물론 중요 대학 도서관과 문학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있으며 교보문고를 비롯하여 웹사이트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미주문학상

   미주한국문인협회가 1987년 제정한 상으로 1회에는 마종기 시인이 수상했고, 미주 문단을 대표하는 고원 시인, 송상옥 소설가 등이 수상했으며 올해로 28회를 맞습니다. 미주문협은 협회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미주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성 문인들로 대상을 넓혀 전년도 회기 중에 발표한 작품 중 우수한 작품을 응모받아 심사하여 매해 시상하고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시상하는 상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성취도와 미주 문단에 대한 기여도를 함께 심사함으로써 단순히 기능성을 중시하는 문학상이 아니라 문단의 공익도 고려한 그야말로 미주문학상입니다. 어쩌면 이런 심사 기준이야말로 이민 사회 안에서 이민 문학을 하는 단체가 가진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르별 분과 활동

   장르별 분과위원회를 두어 매월 ‘문학 토방’이나 ‘문학 강좌’를 열어 작가들과 한인 동포가 문학으로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대면 활동이 어려워져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줌(Zoo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매월 한국의 저명한 작가나 교수를 초빙하여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한 문학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장르별 분과 외에도 웹 관리 분과, 홍보 분과 등이 있으며 지난해부터 한영문학 분과, 뉴콘텐츠 분과를 신설하고 SNS를 활용하는 홍보나 번역과 2세, 3세 한인 작가들과의 소통에도 준비를 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후해 가는 여러 많은 한인 단체들과 공동의 이슈이자 그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를 1세대 문인들이 나서서 먼저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울림의 무대를 1세대가 만들고 그 안에서 다음 세대들이 자연스럽고 누리고 즐김으로써 그 기억의 뿌리를 만드는 것이 1세대 단체의 소명이라고 봅니다.

회원 및 미주 문단 소식

   450여 명 회원을 관리하기 위하여 매월 《문협월보》를 만들어 발송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이메일과 웹사이트를 통해 미주한국문인협회 자체 내의 행사와 대소사에 관한 정보는 물론 미국 내 타 문학 단체들의 소식 등도 빠르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협회적 활동이 아니라 미주 문단의 큰 소식 창이 되어 출간 소식이나 행사에 관해 주요 정보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올림으로써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도 자극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뜻을 더욱더 폭넓게 펼쳐가기 위해 20년 전부터 자체 홈페이지(http://mijumunhak.net)를 개설하여 회원은 물론 웹 사용 일반 희망자에게까지 열어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름문학캠프

   매해 여름이면 ‘여름 문학 캠프’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캠프는 한국에서 여러 강사를 초빙하여 문학의 목마름을 달래고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한국문단의 이야기와 문학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는 귀한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또 수시로 각종 문학 세미나를 열어 한국문단의 현주소와 흐름을 공부하고 미주 문인들의 작품 세계가 깊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동안 초대한 강사들로는 박완서, 황동규, 김남조, 정진규, 유안진, 이문열, 조병화, 김종회, 김훈, 정호승, 나희덕 등이 있고 최근에는 이재무, 방민호, 유성호, 김이듬 등이 있습니다.
   특별히 올 8월 20∼21일 양일간 열린 미주한국문인협회 40주년 기념 문학 축제에는 한국에서 도종환 시인과 배창호 영화감독, 문화예술 전문지 《쿨투라》 대표 손정순 시인, 방민호 평론가를 초빙해 행사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매년 문학계에서 초빙하던 형태를 벗어나 ‘문학 영화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협회나 작가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미주한국문인협회 4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문학영화콘서트 GV의 현장이다. 오른쪽부터 방민호 평론가, 도종환 시인, 배창호 감독, 이남 교수, 종유석 감독, 손정순 시인이다. [ⓒ필자 제공]


   행사 첫날인 8월 20일에는 작가들을 위한 강연회를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가졌으며, 다음 날인 21일에는 부에나파크에 소재한 CGV 영화관을 빌려 이정재 주연의 〈젊은 남자〉를 무료 상영하고 배창호 감독과 도종환 시인, 손정순 시인을 비롯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교수, 작가들이 K-문학의 뿌리와 한류의 흐름에 관해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또 참여한 일반인들 대상으로 미주 작가들의 책 사인회를 성대히 열었습니다. 이어서 22∼24일 그랜드캐니언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으며 다음 날인 25일에는 방민호 교수의 강연을 성황리에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단순한 강연의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영역에서 문학적 영감을 던져줄 수 있는 강사를 초청하여 문인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미주의 다양한 작가들을 알리고 이민 사회 안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사가 되도록 조율할 계획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행사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올해는 미주한국문인협회 창립 40주년이 되는 해이며 《미주문학》 창간 100호를 맞는 해여서 특별한 해였습니다. 작가들의 활동이 미주 이민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문인으로서 작가적 사회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4월에는 4·29 LA 폭동 30주년 기념 작품집 『흉터 위에 핀 꽃』을 출간했습니다. 그 책에는 미주에서 활동하는 한인 작가들과 미국 작가를 비롯하여 지난해 협회에서 일반인 대상 공모전을 열어 수상한 분들의 작품까지 담았습니다.
   또 ‘미주신인상’에서는 이번 가을호부터 영어 신인상을 모집합니다. 1.5세, 2세들의 문학 활동도 지원하여 세대 간, 문화 간의 격차를 줄이고 함께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이루어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K-영화, K-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예술이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과 함께 K-문학의 새로운 전기가 되리라는 확신에서 미주한국문인협회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는 본국을 떠나 살아가는 이민 공동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 말의 저변에는 열악하고 외롭고 힘들다는 의미가 문신처럼 박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이젠 그 거리감이나 주변인적인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라고 판단됩니다. ‘디아스포라’ 문학 역시 그 의미가 재조명되고 그 시작의 가치 역시 다르게 평가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그 어디에서든 이 글을 접하실 또 다른 ‘디아스포라’ 예술인들, 나아가 이민자들은 바라봄으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빛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시길 부탁드립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는 앞으로도 참된 문학, 순수문학을 추구하여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회원들과 예술 창조의 기쁨을 나누며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 문학이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힘이 되는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 ‘삶이 함께하는 문학’으로 세계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를 통해 인사드릴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좋은 날 환하게 인사드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김준철

필자 약력
김준철 작가 프로필 사진

김준철, 미주문인협회 회장, 월간 문화예술전문지 『쿨투라』 미주지사장, 문화예술비영리재단 나무달의 대표이며 한미문화예술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계간지 『K-Writer』을 발행하였으며 『시대문학』 시 부문,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 등을 저술한 바가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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