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7호
적도, 그 너머에, 암바라와의 꽃
김주명
적도, 그 너머에
살다 보니 내가 지금 서 있는 여기가 해발 4천1)의 불화산을 등에 지고 있는 섬이란 것도 그리하여 지지난해는 지진2)으로 몇 달을 천막 치고 살았던 기억도 별일도 아니라는 듯 내 이마 언저리에 늘 서성이는 당신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잠시 놓고 산다
암바라와3)의 꽃
더는 물러설 수가 없을 때 꽃은 꽃을 피운다
1) 해발 3,726미터 린자니 산, 현재 활화산 상태이다.
2)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롬복에 발생한 강도 7.3의 지진으로, 한 달 동안 여진이 계속 있었다.
3) 암바라와(ambarawa):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의 소도시. 태평양 전쟁 당시, 성노예로 끌려온 조선 소녀의 유적지가 있다.
경북 청도에서 1968년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남은행에 근무했다. 이후 문화재 해설사로 활동하며 우리 문화와 예술에 대해 남다른 시각의 글들을 기고했으며 형상시(詩)창작원을 수료, 2010년 평사리문학대상을 시 「환승입니다」로 수상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 롬복섬으로 이주하여 해외 문화 교류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형상시문학 동인이다. 시집 『바타비아 禪』(북랜드, 2018), 『인도네시아』(책나무출판사, 2015) 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