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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통역사

마야 리 랑그바드

2018

부모님 댁에서1)

(……)

어머니가 우리를 집 안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신발을 벗고 거실 바닥에 자리한 나직한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김치를 담은 그릇과 두부와 생선을 담은 접시가 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에 가서 밥과 국을 쟁반에 담아 가져왔다.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당신이 배가 고픈지 어머니께서 물어보시는군요.

내가 생각하길: 그 질문은 나도 이해할 수 있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께서 특별히 당신을 위해 미역국을 끓였다고 하세요.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은 후 미역국의 맛을 보았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말하길: 참 맛있어요.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통역사가 말하길: 당신도 한국말을 곧잘 하잖아요.

내가 말하길: 그건 과장된 말이에요. 내가 할 줄 아는 한국말은 겨우 단어 몇 개에 불과해요. 주로 음식과 관련된 단어들이죠.

통역사도 미역국을 맛보았다.

통역사가 말하길:      .

어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하길: 방금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했나요?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의 미역국이 참 맛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아버지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아버지도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다고 하시는군요.

내가 말하길: 나도 잘 알아요. 내가 예전에 이곳에서 살 때, 어머니가 직접 만든 김치를 제게 몇 번 가져다 주신 적이 있어요.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너무 매웠죠. 그래서, 나는 내 친구의 어머니가 만든 김치와 바꿔 먹었답니다. 그분의 고향인 북쪽 지방에서는 김치를 그리 맵지 않게 먹는다고 하더군요. 내 친구는 우리 어머니가 만든 김치 맛이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통역사가 말하길: 친구 어머니의 김치와 바꿔 먹었다니, 생각해 보니 무척 재미있군요.

내가 말하길: 그래요, 하지만 방금 제가 했던 말은 굳이 통역하지 않아도 돼요.

통역사가 말하길: 물론이죠.

아버지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

내가 말하길: 아버지가 무엇을 물으시던가요?

통역사가 말하길: 아버지는 우리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해하셨어요.

내가 말하길: 당신은 어떻게 대답했나요?

통역사가 말하길: 당신이 이야기해 주었던 것을 말했죠. 당신이 이곳에서 살 때 어머니가 가져다 주신 김치를 매우 좋아했다고요

통역사와 나는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는 당신이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물어보셨어요.

내가 말하길: 저는 된장찌개와 콩나물국밥을 좋아해요.

통역사가 말하길:      .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그건 당신이 어렸을 때 그런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하시는군요.

내가 말하길: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 한국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은 덴마크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었어요. 주로 빵과 감자로 이루어져 있었죠.

통역사가 말하길: 그렇군요. 하긴 나도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는 된장찌개와 콩나물국밥을 덴마크로 보내는 건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당신이 한국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물어보시는군요.

내가 말하길: 나는 전통적인 덴마크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한국 음식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통역사가 말하길:      .

내가 말하길: 어머니는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통역사가 말하길:      ?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는 한국 음식이라면 다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말하길: 어머니가 개고기 요리도 좋아하실까요?

통역사가 말하길: 그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건 서양인의 관점에서 던지는 질문이라 할 수 있어요. 한국에는 개고기 요리를 먹는 오랜 전통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말하길: 나는 한국에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모두들 개고기 요리를 먹는 줄 알았어요.

통역사가 말하길: 당신의 생각은 너무나 서구적이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보신탕을 먹는 한국 사람은 매우 소수랍니다. 그걸 먹는 사람은 주로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이에요. 정력에 좋다는 말 때문이죠.

어머니가 내게 손짓으로 생선 맛을 보라고 권했다.

어머니가 말하길:      ?

통역사가 말하길:      .

내가 말하길: 어머니가 무엇을 물어보던가요?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는 우리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해하셨어요.

내가 말하길: 당신은 뭐라고 대답했나요?

통역사가 말하길: 어머니가 보신탕을 좋아하는지 당신이 궁금해했다고 전했어요.

내가 말하길: 왜 그런 말을 어머니에게 했나요? 이제 어머니는 내 머릿속에 서구적인 생각으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실 게 틀림없어요.

통역사가 말하길: 하지만, 그건 사실이잖아요.

내가 말하길: 네, 그런데 꼭 그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나요?

(……)

참고자료

1) 이 시는 미발표 작품 『통역사』 중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번역정보

번역 : 손화수 (덴 → 한)

필자 약력
마야-리-랑그바드-프로필-사진-©Isak-Hoffmeyer.png

1980년생으로 작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시집 『덴마크인 홀게르씨를 찾아라(Find Holger Danske)』로 데뷔했고, 2014년에는 HUN ER VRED: Et vidnesbyrd om transnational adoption를 출간했으며, 이 책은 한국에서 『그 여자는 화가 난다: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비주얼 아티스트인 쥬노 JE 킴과 코펜하겐 대학의 한국학 교수 카린 야콥센과 함께 김혜순 작가의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하기도 했다. 2023-2024년에는 덴마크의 쉬드단스크 대학, 문화학부의 상주 작가로 활동했다. 명예소설가상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 출처: ©Isak Hoffmeyer/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