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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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마종기, 경계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의 말'

차진명


▲ 마종기 ⓒ 문학과지성사

  마종기(1939- )는 미주 디아스포라 문학장 내부에서 한글 문단 정립에 앞장선 대표 시인이다. 미주 디아스포라 한글 문학은 1970년대부터 미적 자율성에 바탕을 둔 근대적 문학 형태와 제도로 본격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1973년 12월에 미주한국문인협회 기관지 《미주문학》의 모태인 《지평선》 창간호가 간행되었다. 마종기는 《지평선》 1집에 고원 등의 시인과 함께 참여1)하는 등 미주 디아스포라 문단 형성과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마종기는 1939년에 일본에서 아동문학가 마해송과 현대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의과 대학원생이었던 그는 1959년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에 등단한다. 공군사관학교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1965년 여름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에 대한 반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군인의 정치 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감옥에서 고초를 겪기도 한다. 1966년,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말라는 중앙정보부의 명령에 결국 시인은 쫓기듯 미국으로 떠난다. 미국 오하이오 주로 도미한 시인은 미국에서 의업과 시업을 꾸준히 겸했으며, 최근에는 『천사의 탄식』(2020)을 문학과지성사에서 상재했다.
  마종기의 시는 이방인·경계인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밀고 나간다. 이러한 경향은 첫 시집 『조용한 개선』(1960)에서부터 『천사의 탄식』(2020)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도미한 시인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중앙정보부의 금지(법)에 얽매여, 고국으로의 완전한 귀환을 강렬하게 욕망한다. 다시 말해 마종기 시에서 ‘고국’은 언제나 향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원대상(源對象)이자 정체성을 형성하는 구심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언젠가 마종기 시인은 고국으로의 귀환 시도에 실패했다고 고백2)했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그의 시는 여전히 귀향 ‘운동’을 지속 중이다. 시인의 ‘시 쓰기’는 고국에 닿지 못하는 고통을 승화하는 방법이자, 고국을 향한 무의식적인 충동을 드러내는 개성적 양식이다. 고국 귀환을 향한 충동의 지속성은 마종기의 시 세계 내에서 디아스포라 시 의식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기저 원리로 부상한다.
  오랜 시생(詩生) 동안 ‘한국의 시인’이라는 진정성을 가지고 한국 시단에 꾸준히 시를 발표한 시인이지만, 그의 몸과 시는 ‘한국 시단에 있기도 하고 또 없기도 한 이상한 존재’3)이다. 그렇기에 그의 말은 형체 없이 불어대는 바람과도 같다. “지평선”(「지평선, 내 종점」)의 경계를 팽창시켜 터뜨리려는 마종기 시 내부의 언어는 늘 따뜻한 “바람의 말”(「바람의 말」)”로 한국에 도착한다. 우리도 경계를 넘어 불어오는 “바람의 말”에 귀 기울여 응답해 보면 어떨까.
  
  
  
  
  

각주

1) 남기택, 「미주의 디아스포라 한글 문학」, 《너머》 1, 2022, https://www.diasporabook.or.kr/M000466/S001/fw/bbs/board/00006/view.do?cate1=1&idx=12.

2) 다케다 세이지, 재일조선인문화연구회 옮김, 『‘재일’이라는 근거』, 소명출판, 2016, 46쪽.

3) 이병률, 「누군가 위로를 받았다면 그것은 진심으로 시를 쓰고 있기 때문」, 《열린시학》 13(3), 2008, 33쪽.

필자 약력

1995년 경기도 여주 출생.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20년도에는 디아스포라 시인 허수경에 대한 논문으로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22-2024년에는 국제한인문학회 간사를 역임했다. 2024년 8월, 「마종기 시와 몸의 시학」으로 충남대학교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