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호
한국어 외 1편
하종오
한국어
평생 시를 썼어도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라고 여기는 나는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이주노동자를 보면
절로 경외심이 생긴다
한국에서 태어나서부터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쓴
나에겐 모국어인 한국어,
한국에 와서 일하면서부터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는
이주노동자에겐 외국어인 한국어,
시외버스를 타고 갈 때
국적이 달라 보이는 이주노동자 두엇씩
정류장에서 올라타서 앞뒤 자리에 앉으면
나는 일부러 귀를 기울이다가
대화하는 말소리가 한국어면
그들이 한국어를 터득하기까지 겪었을 난감함이
내가 한국어로 시를 쓰기 위해 겪었을 난감함보다
더 컸을 거라고 짐작하곤 한다
사람이 입는 것을 왜 옷이라고 의복이라고 의류라고 하는지
사람이 먹는 것을 왜 밥이라고 음식이라고 식량이라고 하는지
사람이 사는 곳을 왜 집이라고 주택이라고 가옥이라고 하는지
나는 지금도 한국어를 골라 쓰느라고 애먹는다
환승정류장에서
주변 도시들에서 버스가 오가는 환승정류장에
노선이 다른 버스들이 섰다가 떠나도
젊은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무언가 열심히 손짓하며 대화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늙은 나는 벤치에 앉아서
젊은 그들에 의해 가려진 도로의 저쪽으로
연신 목을 빼어 환승할 버스를 기다리다가
젊은 그들 중 한둘과 눈을 마주치기도 했다
늙은 나는 집이 있는 강화로 가야 하는데
공장이 있는 양곡으로 가려는 걸까
농장이 있는 검단으로 가려는 걸까
공항이 있는 영종으로 가려는 걸까, 젊은 그들은
예멘에서 온 난민일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특별 기여자일까
아시아 각국에서 온 공장노동자일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해도
피차 국적을 알 수 없는 젊은 그들과 늙은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더욱 국적을 알 수 없는 사이여도
환승정류장에서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각각 다른 버스를 타고 뿔뿔이 흩어질까
줄지어 같은 버스를 타고 다 함께 동행할까
아예 버스를 타지 않을까, 젊은 그들에 대해
늙은 나는 까닭 없이 궁금해 하다가
환승할 버스를 번번이 놓쳐버렸다
하종오, 1975년 『현대문학』에서 등단하고 시집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를 비롯해 『국경 없는 공장』, 『아시아계 한국인들』, 『입국자들』, 『제국(諸國 또는 帝國)』, 『세계의 시간』, 『국경 없는 농장』, 『제주 예멘』 외에도 다수의 저서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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