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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반성의 기적아 일어나! 외 1편

정장

반성의 기적아 일어나!

자유를 추구하는 미술 전시장 빌딩 앞에서
차도를 사이에 둔 대면 보도에 진을 치고
일장기(日の丸)를 치켜드는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확성기로 고함지르고 있다

 쇼와 천황을 모욕하지 마라!

 반일 조선은 나가라!

패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황국신민의 호통이
신세기의 거리에서 아직도 울리고 있다

Beetle을 바퀴벌레라고 까는 모습을
어떻게 지켜봐야 할까?

분노한 짐승의 소리를 내면서
황국(皇國)의 표어를 꾸미는 가두선전차들의 퍼레이드
삼도천의 흐름처럼
느긋하게 눈앞을 가로질러 간다

 바이타(売女)가 어째서 평화의 소녀야!

 일본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가해의 피안(彼岸)에서 불어오는 착오의 바람에
부추겨진 차세대가 피해자인 척한다

Beetle을 바퀴벌레라고 강변하는 악당들을
어떻게 깨닫게 하면 좋을까?

협박 독약 폭파물
멀어지기만 하는 간격에서
표현은 비폭력의 차안(此岸)에서
태연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Beetle을 바퀴벌레라고 믿는 그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반성의 기적아 일어나라!
황국의 도취자들에게!


 ―<표현의 부자유전 칸사이>의 승리를 기념하여


反省の奇跡よ起これ!

自由を求める美術展の会場ビル前
車道を挟んだ対面歩道に陣取って
日の丸を掲げた背広姿の男たち
拡声器でわめき散らす

 ショーワテンノーを侮辱するな!

 ハンニチチョーセンは出てゆけ!

敗戦を引きずる皇国臣民の叫びが
新世紀の街中でまだ鳴り響いている

ビートルをゴキブリだと罵倒する姿を
どのように見守ればいい?

獣のような唸り声を上げながら
国粋の文句を纏う街宣車のパレード
三途の川の流れのように
ゆったりと眼前を横切ってゆく

 バイタがなんで平和の少女じゃ!

 ニッポンへのヘイトをやめろ!

加害の彼岸から吹いてくる錯誤の風に
煽られた次世代が被害者ぶっている

ビートルをゴキブリだと強弁する輩を
どのように諭したらいい?

脅迫 毒薬 爆破物
遠ざかるばかりの隔たりに
表現は非暴力の此岸で
泰然と立ち尽くすしかなかった

ビートルをゴキブリだと信じる彼らを
どのように救ったらいい?
反省の奇跡よ起これ!
皇国の陶酔者たちに!


 ―<表現の不自由展かんさい>の勝利を記念して


편의점에 김치

어느 거리의 곳곳
편의점 진열장에
냄새가 맵다고
얼마 전까지
기피당하던
김치가
녹색 샐러드와
같은 진열장에
늘어놓여
팔리는 것이
놀라움

코리아타운으로
구하러 가지 않아도
김치가
어느 거리에서도
곧 가까이에
흔해 빠지는 것이
기적

일상화한
김치에
수호되는 것 같은
구원되는 것 같은
격려되는 것 같은
안도감

차별의
기호가
될 수 없게 된
김치로
일본과 한국이
자이니치(在日)를 거들떠보지 않고
상업 전쟁을
치른다
그 만만치 않은 시대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내심의 우울

고작 김치 하나로
두려워해
번민해
시달리던
자이니치의 기억

죽음 바로 전의 실소를 거쳐
결정으로 변한
피차별 의식에 대한
향수

아무것도 아니고
편의점에 김치
그 당연한 것의
복잡성과
자이니치의
예삿일이 아닌
감개


コンビニにキムチ

どの街のいたるところ
コンビニのショーケースに
クサいカラいと
ついこのあいだまで
忌み嫌われてきた
キムチが
グリーンサラダと
同じ棚に
並べられ
売られていることへの
おどろき

コリアタウンへ
求めてゆかずとも
キムチが
どの街なかでも
すぐ身近に
ありふれていることの
奇蹟

普段化された
キムチに
守られるような
救われるような
励まされるような
安堵感

差別の
記号で
ありえなくなった
キムチで
日本と韓国が
ザイニチの頭越しに
商戦を
くりひろげる
その抜け目ない時代への
惜しみない称讃と
うらはらの憂鬱

キムチひとつのことで
おびえ
もだえ
くるしんでいた
ザイニチの記憶

死にぎわでの失笑を経て
結晶と化した
被差別意識への
郷愁

何事でもなく
コンビニにキムチ
そのあたりまえの
複雑さと
ザイニチの
ただならぬ
感慨

필자 약력
정장 작가 프로필 사진

재일 3세. 1968년 교토(京都)의 조선인 부락(東九条)에서 출생, 6세까지 도쿄(東京)에서 생활했다. 1975년 히가시오사카(東大阪)로 이사했고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일본 공립학교를 졸업했다. 오사카외국어대학(현 오사카대학) 2부중국어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한글 시 「겨레의 맹세―윤동주 묘 앞에서」로 《천지》(현 《연변문학》)를 통해 등단했다. 일본어 시집 『민족과 인간과 사람』, 『마음 소리』, 『闊歩하는 在日』, 『詩碑』, 수필집 『사람이 있는 곳』이 있다. 기타 많은 공저도 있다. 아트 카페 끽다미술관(Art Cafe 喫茶美術館) 관장, 화령문화사(和寧文化社) 대표이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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