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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셋째 큰아버지 집 대문, 열차 식당칸에서

리림

셋째 큰아버지 집 대문

오랜만에 고향에 들렀다가
찾은 셋째 큰아버지 집
어린 시절 제집처럼 드나들던
큰아버지 집에 이제 낯선 사람이 삽니다.

명절 때나 설에 친척들이 젤 많이
모이던 셋째 큰아버지 집
오래전에 큰어머니 돈 벌러 한국에 가시고
지병 많으신 큰아버지 하직하셨습니다.

아버지와 다투어서 얻어맞던 날
큰아버지 집에 와서 먹고 잤습니다.
항상 조카들을 반갑게 맞이하던 큰어머니
항상 맛있는 간식을 꺼내주던 큰아버지

이제 큰아버지 기르던 황소도 없고
마당도, 구조도, 사람도 변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물건은 다 없어지고
낡은 대문짝만 아직도 눈물 나게 정겹습니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 항상 시끌벅적했던
셋째 큰아버지 집이 이렇게 조용합니다.
그때 그 시절 대문을 두 손으로 붙잡고
큰아버지 큰어머니하고 속으로 불러보았습니다.



열차 식당칸에서

고향에 가서 설 쇠고 돌아가는 기차에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침대표는커녕 일반석도 사지 못한 우리는
70위안으로 식당칸 앉을 자리 구매

맞은편 한두 살로 보이는 아기가
젊은 부부한테 안겨 콜록콜록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열차에 말도 못 하는 것이
이리저리 설치다가 새벽쯤에야 조용해진다.

식당칸도 금방 만원이라 복도에는
갈대처럼 휘청이는 것들이 보이고
나는 화장실 일 보려고 몇 보 걸었다가
막연한 인파에 다시 돌아와 낑낑거린다.

발밑에 젊은 여자가 땅바닥에
아무것도 없이 풀쩍 앉아 기대고
저기 자리 산 젊은이 몇은 시끄럽게
새벽까지 카드놀이 삼매경이다.

창가에 앉은 아내가 책을 폈다가 접었다가
앉았다가 섰다가 몸을 돌려서 두 팔을 편다.
그래도 앉을 자리 있어 다행인 표정
제복 입은 열차원이 힘겹게 헤쳐 지난다.

보채던 아이가 조용해지고
카드놀이 삼매경도 언제 흩어지더니
코 고는 소리가 위에서 아래에서 들리고
난방이 가열되면서 삐질삐질 땀까지 난다.

이제 아침 여섯 시가 다가오니
겨울의 해는 늦게 뜬다 해도 곧 밝을 테고
차 탄 지 열한 시간이니 남은 시간 열 시간
눈이 탱탱 부은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창밖의 경치가 어떤지 애초부터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고향이 점점 멀어지고
내 집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웹진 《너머》에 투고되어 선정된 작품입니다.
필자 약력

1982년 중국 길림성 출생. 연변대학교 일본어학과 졸업. 직장인으로, 중국의 우리말 잡지에 다수의 글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