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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젓가락질, 정착 삼 일째

이명애

젓가락질

국에 만 밥 한 숟가락에 활짝 웃던
떼쟁이 어린 시절
수저통에 꽂혀 있는 젓가락 서너 개
눈에만 익혔던 딸

북한을 탈출하고
처음 손에 든 젓가락
두 개가 따로 놀고
갈피를 못 잡는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연약한 초등생 손
마디마디 발갛게 물든다
젓가락 끝에 간신히 매달린
금세 떨어질 것 같은 반찬

어정쩡하게 편 검지는
누구를 가리키는 건지
수천수만 번 밥 먹는 동안
변하지 않는 그 자세

내 보기엔 별 탈 없는데
남자친구 아버님에게
젓가락질 제대로 못한다
핀잔 들었다네

이 어미 탓이라고
이실직고해야 하나!



정착 삼 일째

처음 보는 언니네
이 동네 이사 오셨나 봐요

동네 옷가게 들어서자
내게서 눈길을 떼지 않는
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여사장

결혼 후 십오 년
크림 한번 발라본 적 없는
검버섯투성이 내 얼굴

장사 수법인가
하면서도
거슬린다

이 옷 얼만가요?
오만 원

언니 조선족?
아니
북한 사람인데요

어머머 세상에
나 북한 사람 처음 봐

옷 구경 아줌마들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선
기묘한 표정들
내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