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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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편집자의 말

이상숙

  《너머》 8호의 기획특집은 미국,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에서 발간되는 한글 문예지의 역사와 현황을 점검하는 ‘디아스포라 한글 매체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구성했다. 디아스포라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글 매체, 한글 문예지, 한글 문학작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해방 직후부터 문학자 모임을 조직하고 문예지를 발간하여 탈식민과 새로운 민족문학을 모색했던 일본의 한글 문예지 《高麗文藝(고려문예)》와 시 전문지 《朝鮮詩(조선시)》부터 1960년대 재일조선인 북한 ‘귀국 사업’을 담은 《문학예술》까지 재일 조선인의 문예지를 촘촘히 살핀 김계자의 글은 식민과 냉전 시대를 지나는 남과 북 그리고 일본의 관계와 역사적 얽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904년 하와이 이주민 신문 《신죠신문》부터 25종의 한글 문학 잡지가 발간되는 최근까지 면면히 이어진 재미 한인의 문예지를 점검한 박덕규는 모국을 향하는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모국, 모국어와 함께 소통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미래를 소망한다. 1923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창간되어 고려인의 역사와 문학을 증언해 준 한글 신문 《선봉》에서 시작하여 1990년대 《레닌 기치》와 최근의 《키스토리(KISTORY)》에 이르기까지 고려인 한글 문예지를 살핀 이은경의 글에서 역사적 조국인 한국에 대한 고려인의 열망과 동시에 이제는 점점 쇠퇴하는 한글 작가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용정, 명동, 간도, 만주 등의 이름으로 조선인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재중 디아스포라의 한글 문예지를 살핀 천춘화의 글은 연변 한글 문학의 역사와 함께 점점 줄어드는 작가 세대와 지원의 부족이라는 현 상황을 보여준다.

  〈너머의 새 글〉에는 김혁, 닉 페어웰, 정수남, 황영은의 소설과 박형준, 서미숙, 설송아, 장효정, 전은주, 파덴 아타세벤의 시, 그리고 엄정자, 이은지, 정동순의 에세이와 허지영의 논픽션이 실린다.

  〈디아스포라 깊이읽기〉에는 브라질, 일본,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깊이 읽는 글들이 실려 있고 〈디아스포라 현장〉에는 재일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사람들 몽당연필의 이야기가, 〈리뷰 K-문화〉에는 최근 세계인에게 각광받고 있는 K-푸드에 대한 글이 실려 있다. 고구려 디아스포라의 다국적 공간을 담은 〈사진 이야기〉, 이회성, 마종기, 홍세화의 삶과 문학을 소개하는 〈경계를 넘는 작가들〉도 눈여겨 봐주기를 바란다.

2024년 9월 1일
편집위원 일동(이상숙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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