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_text

3호

현무암 외 1편

테레사 현

현무암

해안길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듯

영감 삼베옷 꿰매며 삶을 엮어

가마솥 아궁이에 톳밭 지어

쪼그랑 쪼그랑 손 돌리며

구십 가까이 세월 놓지 않았다

모진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은

돌담 홀어멍

녹두닭백숙

굽은굽은 새할머니
구월 햇살 받은 안마당에
오늘 딴 녹두 껍질 벗기고 옛이야기 꽃을 피우며

부추 대추 마늘 생강 닭 한 마리 더불어
가을 바람에 팔팔 끓어오른다

기름진 땅 냄새 온몸에 배도록
일생 열매 거둬
뿌리 깊은 여인들

필자 약력
프로필_테리사현.jpg

테레사 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티에대학 초빙교수, 경희대 외국어대 전임교수를 역임했다. 2003년 《시와 시학》으로 한국 문단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캐나다 요크대학 한국학과를 창설했으며, 현재 요크대학 인문학부 교수로 있다.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이다. 주요 저서로 『번역과 한국 근대 문학』(1992), 『번역과 현대화 과정』(1995),『한국여성작가론―식민지 시대의 번역과 여성주의』(2004), 『번역과 창작―한국 근대 여성작가를 중심으로』(2004), 『판문점에서의 차 한잔』(2012),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2016) 등이 있다.
* 사진제공_필자

공공누리로고

출처를 표시하시면 비상업적·비영리 목적으로만 이용 가능하고,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변형도 금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