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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살아있어 미안합니다

위영금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당신은 여기 그냥 있네요
오늘도 여기 그냥 있네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보낸 건 당신 잘못 아녀요
떠난 건 나의 잘못 아녀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찾아올 당신 사랑이여요
찾아갈 나의 사랑이여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눈물이 사라지는 날에요
행복이 찾아오는 날에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사랑이 차고 넘칠 날에요
슬픔이 미워 다할 날에요
나를 잊지 말아요
나도 잊지 않아요


살아 있어 미안합니다

번쩍 섬광 하늘이 갈라지면
명을 다하지 못한 아쉬운 혼백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옵니다

장마로 거칠어진 두만강에서
엄마의 손목을 놓쳤다는
살아 있는 아들에게

메콩강 건너다 뒤집힌 배
물속으로 사라진 사람
살아 있는 딸에게

공장 굴뚝 올라 식량 구하러 간 엄마
기다리다 떨어져 죽은 아이
살아 있는 동생에게

장대 같은 빗줄기 쏟아집니다
창세기 노아의 방주가 떠오릅니다
살아 있는 신성한 것들에게

구천을 떠돌던 혼백
한 마리 파랑새 되어 날아옵니다

그동안 잊고 살아서 미안합니다
이름 불러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살아 있어 미안합니다

필자 약력
프로필_위영금.jpg

저서로 시집 『두만강 시간』(2020), 수필집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2023), 「미련」(《K-writer》 2023년 봄호 수록) 외 1편 등이 있다. 2022년 혜산문학상 아시아의시선상을 받았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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