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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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아침에 부르는 「처용가」 외 1편

석화

아침에 부르는 「처용가」
―연변·12

아침 일어나 보니
머리카락 서너 오리 베개 위에 떨어져 있다
이젠 내 두피와 영영 작별한 저것들을
지금도 내 것이라고 우길 수 있을까
지난 겨울 둘러본 충남 부여의
고란사와 낙화암과 백마강이 떠오르고 삼천 궁녀 꽃 같은 치맛자락이 베개 위에 얼른거린다
백제는 이미 망해 간 곳이 없고
그를 이긴 신라도 사라졌으니
고구려의 높고 낮은 무덤들조차
북국의 차디찬 적설에 묻혀있을 뿐이다
어제까지 내 머리에 붙어있던 저것들
지난밤 어수선하던 꿈의 조각들처럼
떨어져가고 흩어져가고 지워져가고
그리고 이제는 모두 잊혀갈 것인가
“원래는 내 해인데
앗아가니 어찌 하리요.”
체조하는 달밤도 아닌데
‘처용가’ 한 가락이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기적 소리 바람 소리
―연변·2

기차도 여기 와서는
조선말로 붕 ―
한족말로 우(嗚, wo) ―
기적 울고
지나가는 바람도
한족 바람은 퍼-엉(風 feng) 불고
조선족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분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늘을 나는 새새끼들조차
중국 노래 한국 노래
다 같이 잘 부르고
납골당에 밤이 깊으면
조선족 귀신 한족 귀신들이
우리들이 못 알아듣는 말로
저들끼리만 가만가만 속삭인다

그리고 여기서는
유월의 거리에 넘쳐나는
붉고 푸른 옷자락처럼
온갖 빛깔이 한데 어울려
파도를 치며 앞으로 흘러간다.

필자 약력
석화 프로필 사진4.jpg

중국 용정 출생. 중국 연변대학, 한국 배재대학 졸업. 중국작가협회 회원. 시집 『나의 고백』, 시선집 『연변』 등 다수 출간. 천지문학상, 지용시문학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현재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조선족전통문화발전연구회 법인대표, 중국 연길석화문학원 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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