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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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입양 외 1편

유한나

입양

담장 없는 이웃집 뜰에서
씨앗 한 알 우리 땅으로 넘어왔네

우리 집 작은 태양
노란 해바라기로 피어
내 키보다 크게 자라 우뚝 서 있네

실바람 부는 날마다
입양해 주어 고맙다고
큰 머리 숙여 인사하네.

투명 반지

네 살배기 손녀가 내게 물었다
할머니는 왜 손가락에 반지가 없어요?

유치원 선생님 하얀 손가락에 낀 반지가
예뻐 보였나 보다
주름진 손을 내려다본다
투명한 반지가 보인다

사랑의 약속은
보이지 않는 마음 깊숙이 새겨놓는 것이지
투명 반지를 가슴에 품고 사는 것이지

사랑하는 손녀야,
투명한 것들을 눈여겨볼 수 있는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 되거라

40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가
눈에 보이지 않는 꿈을 찾아
멀고 먼 땅에 건너와
3대째 사랑의 생명 나무 가꾸듯

투명한 꿈이
눈물방울 맺히듯
열매로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마음을 가진
반지보다 어여쁜 사람이 되거라
반지보다 빛나는 사람이 되거라.

필자 약력
프로필_유한나.jpg

유한나. 1981년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및 1983년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 1986년 9월에 독일에 와서 1990-1991년 마인츠 요한네스 구텐베르크대학교 한국학 강사, 1996년 1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프랑크푸르트 KOTRA에서 비서 및 번역 업무를 했다. 2002년, 2006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2003년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에 입상했고, 2021년 민초 해외문학상 대상, 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2008년 《문학과 창작》 시 부문과 2012년 《한국수필》 수필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라인강의 돛단배』(2019) 외 2권, 수필집 『라인강에 뜨는 무지개』(2020) 외 4권 등이 있다. 한독대역시집 『Koreanische Moderne Gedichte 한국현대시』(2005)을 엮어 번역했고, 한독대역시조집 『150 Sijo-Gedichte』(2022)을 번역했다. 현재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그린에세이》 유럽지부장, 《유럽한인문학》 편집인으로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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