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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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새벽 일기 외 1편

김영건

새벽 일기

새벽 거리 굽어보며
내가 서 있다

네온등 불빛들은
나란히 북쪽으로 뻗어가고

졸음에 겨운 택시 한 대가
끄덕끄덕 졸고 있다

고향에는 외로운 어머니
추운 듯이 쪼그리고
잠들었으리라

서울에 간 형의 밤하늘
쳐다보는 핏발 선 눈빛
처량하다

운명은 졸 듯이
새벽을 달리고
슬픈 메아리는 랭기처럼
몸을 파고들어라

나는 지구의 가장
외로운 곳에
뿌려진 별 하나를 찾는다

뿌리 깊은 나무

얼기설기 꼬아온 세월
굵은 할아버지 손가락 마디가 보인다
푸름을 한 보 앞서서
흑백으로 쌓아온 세월 말이 없다

수레에 실려 온 눈물
갈퀴 굵은 뿌리가 전설을 전하고
밭고랑에 쌓아 올린 땀방울
하나의 력사로 깊이 박혀 있다

희멀건 아버지 푸석한 얼굴에
뿌리 깊은 나무는 오렌지 시큼한 눈물이다

얼기설기 뻗어가는 뿌리
이 땅의 기슭 다 덮고도 남아
산해관 넘어 대륙으로
태평양 넘어서 방방곡곡으로
바다보다 큰 눈물의 감격
우주의 그늘 속으로 건실히 뻗어나간다

뿌리 깊은 나무는 말이 없다

필자 약력
프로필_김영건.jpg

김영건. 시인. 필명 도옥(刀玉). 연변대를 졸업했고, 연세대, 중앙대 영상대학원을 수료했다. 선후로 연변TV 드라마부 편집, 문예부 프로듀서, 감독, 주임으로 지냈다. 소품원지 〈주말극장〉 총연출, 제작인. 연변TV 음력설야회 등 각종 문예야회 총연출을 맡아 수십차 진행. 중국 100대 방송인, 길림성 10대 방송인, 전국소수민족 준마상, 중국조선족출판문화대상 우수편집인상, 길림성 장백산문예상, 연변조선족자치주민족문화전승발전 특출기여인물상, 연변조선족자치주 진달래문예상, 단군문학상 등 수상. 시집 『사랑은 전개가 없다』, 『빈자리로 남은 리유』, 『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리유』 등을 펴냄. 시화집 『중국조선족시화선집』(주필), 대형문화화첩 『숨 쉬는 두만강(기획) 등을 펴냈다. 주요 무대 작품으로  무극 〈아리랑화〉(기획, 극본), 대형민족광장무용, 세계무형문화유산 〈중국조선족농악무〉(극본), 〈중국조선족시가절〉(총기획, 총연출) 등이 있다. 현재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가창작위원회 주임, 국가 1급 감독, 중국작가협회 회원, 중국방송인협회 회원, 연변대학 예술학원 예술창작심사위원회 위원, 연변장백문화촉진회 회장, 《문화시대》 주필로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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