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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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고향은 나를 잊었나 외 1편

도명학

고향은 나를 잊었나

보고 싶다, 만지고 싶다.
고향아
내 죽기 전 더도 말고
딱 한 번

무정한 세월의 말 타고 그리도 신나더냐
잠시 멈추고 나 한번 손잡아 주고,
나 십 년을 흘린 눈물 샘물 삼아 목 축이고,
그러고도, 가려거든 또 가려무나

보고 싶은 얼굴들
정겨운 동네길
그리운 사투리
그 영리한 고향 까마귀

고향이 나를 잊었나.
귀향의 꿈은 나날이 멀어져 가고,
아마도 나만 짝사랑에 우는가 보다

오늘 밤도 꿈속에 고향길 걸으리라
내일 아침도 베갯머리는 젖어 있을 거다
아 통일은 언제 오려나.

두만강

바닷물도 아닌 것이 짜다
팔려 간 누이의 눈물이다

피비린내 짙은 강이다
총 맞아 죽은 동생이 쏟아낸 핏물이다.

맛있는 냄새 스멀스멀 물 위를 건너와 창자를 긁는 국경이다.

저기 또 한 사람 강을 건너려 발가벗는다

필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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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명학.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 창작과 수료. 전 조선작가동맹 시인. 반체제 활동 혐의로 국가안전보위부 3년 투옥되었고, 2006년 출옥 후 탈북 및 국내 입국했다. 한국소설가협회 월간지 《한국소설》로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잔혹한 선물』(소설집, 2018우수문학나눔도서 선정작), 시 「곱사등이들의 나라」, 「외눈도 합격」, 「철창 너머에」, 「안기부소행」 등이 있고, 공동소설집 『국경을 넘은 그림자』, 『금덩이 이야기』, 『꼬리 없는 소』, 『단군릉 이야기』, 『원산에서 철원까지』, 『해주인력시장』, 『한중대표소설집』에 참여했다. 현재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이며, 법무법인 법승에서 북한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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