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새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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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부록1, 부록2

오연희

부록1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서울의 찬가보다 드넓은 선택의 땅
발을 디민 각각은 바늘구멍이라는 것
알아도 뾰족한 수 없고
배신한 노력 탓할 길도 없는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숍을 하고
회를 좋아해서 스시집을 하고
김치 하나는 자신 있어 한식집을 하고
내 손으로 음식 퍼주고 싶어서 몽골리안을 한다는
입맛 돋우는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지

숨겨놓은 죄의 유무, 오십보백보라 선언한
신 아래 평등론은 들먹이지 마라
결과가 과정을 대변하지도 않고
과정이 결과와 상관없다고도 할 수 없는
죽을 뻔한 언덕 을 굴러 다다른
풀지 말라고 던져 놓은 인생의 방정식 끄트머리
마지막 보루처럼 붙잡는
감사, 가 본문처럼 당당하네
뻔뻔하리만치 당당하네


부록2

해야 할 일과 부딪혀야 할 인연이 의식을 깨우는 하루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살아 있는 것을 위한 사실만이 오늘의 본문
숨가쁘게 달려 봐 힘든 것은 당연해 견뎌내야지 이겨내야지
뒷전에 있는 그것, 조금 있다가 이다음에 올해 안에 내년에는 꼭
힐끗 돌아보기도 하지만 이내 밀려난다 아니 밀쳐낸다

그래도 해야 하는 그것, 이 대청마루 끝에 걸터앉는다
손님인 듯 곁다리 끼어들기에 한두 마디 거들었더니
슬그머니 화제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애들 맘고생 안 시키려면 준비해 놔야 해

우리 집과 가까운 그린힐스에 종종 간다
아이들 집과 가까운 로즈힐스도 자주 간다
그린힐스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로즈힐스는 화사한 장미가 언덕을 덮고 있다
갈 때마다 가슴 먹먹한 묘지
영어로는 파크라고 한다
나는 소풍 가듯 지인을 방문하고
우리 아이들은 소풍 오듯 나를 찾으면 되겠다
말은 화창하고
몸은 환절기인 듯 으슬으슬하다

그린힐스도 로즈힐스도 아닌 제삼의 공원을 찾았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았다가 화제를 장악한
뜬금없이 찾아오는 그것, 을 했다
친구들이 먼저 터를 잡았다는 말에
공항과 가깝다는 말에

애들이 오며 가며 들를 수 있잖아
친구 설득에
오늘이 환하다

필자 약력
프로필_오연희.jpg

‘SouthBay 글사랑’과 ‘GoodHands 시창작교실’ 지도강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미국공인세무사. 피닉스 대학교에서 회계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심상》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에피포도예술상, 시와 정신 해외 시인상, 해외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미주중앙일보》에 교육 칼럼을 2002년부터 만 5년간 연재했다. 저서로 시집 3권, 산문집 2권 등이 있다.
*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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