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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킬리만자로, 이과수 폭포

장효정

킬리만자로1)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지평선
불끈 의문처럼 솟아올라
걷잡을 수 없는 속도와 무게로
다가오는 산

보여줄 듯 말 듯
언제나 섹시한 구름 베일을 쓰고
출렁이며 유혹하는 여인

도도하고 냉철한 머리엔
빙하기의 얼음으로 빚은 수정과
눈꽃으로 만든 관을 쓰고

허전한 가슴엔 가을을 수놓고
풍만한 배엔 봄을 잉태하고
벌겋게 허벅지살을 드러낸 아랫도리엔
정욕처럼 절절 끓고 있는 여름

한 몸에 四季를 품은 변화무쌍한 여인
언젠가 벌떡 일어나
천둥 같은 욕망을 터트리며 솟구칠
정열의 여인 활화산

나를 자꾸 돌아보게 하는 오만한 여인



이과수폭포

전생의 기억까지 불러올 듯
천둥소리 울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
몇십 리 밖 지축까지 흔들며
 
억년 세월 감추었던 분노
콸콸 토해 내며
천지 진동할 울음 우는
“악마의 목구멍”2)  
단말마의 괴성 내지르며
천길만길 낭떠러지 내리꽂혀
혼절하더니
 
다시 휘몰아치며
물안개로 솟구쳐 올라
이백 미터 넓은 화폭을 펼치며
그려내는 무지개
환상의 서사시
 
쾅쾅 수천 개의 북소리 울리며
275개의 폭포가 빚어내는
장엄한 교향곡
 
주의 음성 주의 권능 우주에 차네

각주

1) 킬리만자로(Kilimanjaro):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높은 산으로 한 산에 4계절이 공존한다.

2) 악마의 목구멍: 넓이 4킬로미터, 4km 높이 80미터로 80m, 나이아가라 4배인 이과수폭포 중 가장 큰 폭포.

필자 약력
장효정 프로필 사진.jpg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 졸업. 재미시인협회 회장,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국제 펜클럽 회원, 이대동문 문인협회 회원. 미주문학상, 재미시인상, 윤동주 해외문학상. 허난설현상, 가산문학상, 해외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내가 나를 엿보다』, 『나는 여기 화석으로 피어서』 등을 펴냈다.